2026년의 절반이 지났다. 돌아보면 꽤 많은 일을 벌인 반년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유난히 흔들렸던 시기였다. 이번 회고에서는 상반기의 기록을 정리하고, 그 흔들림의 이유를 찾아 지난 삶까지 거슬러 올라가본다.

상반기의 기록들

Independence Year. 올해를 “Independence Year”로 이름 붙이고, 연말까지 사업소득 월 매출 1,000만원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 밖에서 스스로 벌어보는 한 해를 만들어보자는 다짐이었다. 그리고 육아휴직이라는 큰 결정도 했다. 회사를 잠시 떠나, 이 도전에 제대로 시간을 쏟아보고 싶었다.

독서 기록 앱. 그 첫 번째 시도로 독서 기록 앱을 만들었다. 제품 스펙을 정의하고, MVP를 개발하고, 광고 수익화까지 붙여보며 처음으로 “내 제품”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수익은 나지 않는데 비용은 계속 나가는 구조였고, 가정의 사정도 겹치면서 결국 서비스를 접었다. 아쉽지만 기획부터 출시, 그리고 종료까지 제품의 전체 사이클을 처음으로 겪어본 경험이었다.

블로그와 독서. 연초에는 블로그에 가족여행 기록과 책 리뷰들을 남겼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엔비디아 레볼루션』, 『훅』. 특히 『훅』은 독서 기록 앱을 만들며 제품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며 읽었다.

가족회의. 결혼 초부터 이어온 부부 리뷰는 이제 매월 가족회의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3월에는 워크숍 형태로 시간을 내어 몇 년 뒤의 계획까지 함께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나의 우선순위도 다시 점검했다. 너무 많은 것을 챙기려다 보면 모두 놓치게 된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내와 가까운 가족이라는 결론을 다시 확인했다.

둘째 소식.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둘째 아이가 찾아왔다. 무엇보다 감사하고 기쁜 소식이다.

매일의 사업 아이디어 리서치. 여름부터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매일 사업 아이디어 리서치를 돌리고 기록을 쌓기 시작했다. 아직 결실은 없지만, 매일 쌓이는 기록이 언젠가 방향을 알려줄 거라 믿는다.

그런데도 흔들렸다

이렇게 적고 보니 부지런히 산 것 같은데, 솔직하게 말하면 상반기의 나는 방향이 흔들리고 있었다.

육아휴직까지 결정하며 사업에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둘째 소식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고,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다. 이것저것 벌였지만 어느 하나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 조급했던 것 같다.

목표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숫자로 된 목표는 있었다. 그런데 과거의 나를 움직였던 목표들 — 개발자 취업, 개발자로서의 삶, 영국 회사 취업 — 처럼 가슴이 뛰지는 않았다. 숫자는 있는데 그림이 없었다.

과거의 나는 정말 원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고 시각화하며 1년, 2년, 3년 후 실제로 이뤄왔다. 그 간절함이 지금은 없다는 것. 방향이 흔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목표 설정과 반복 복기, 시각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으로 확인하게 된 반년이었다.

그래서 지난 삶에서 치열했던 시절들을 돌아봤다. 그때의 나는 무엇을 고민했고, 어떻게 넘어왔는지.

돌아보니 보인 것들

되돌아보니 돈과 시간, 노력을 갈아 넣어 넘어온 고개가 일곱 개 있었다.

30대 중반의 커리어 전환. 연봉을 낮추면서 스타트업 개발자로 이직하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 과정에서 수십 번의 개발자 면접을 보았고, 망신도 당했고, 그만큼 성장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때 연봉의 2배 이상을 받는 개발자가 되었다.

축구동호회 운영. 20대 중후반, 팀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팀 규칙을 만들고 개인 기록과 팀 기록을 엑셀 시트에 꾸준히 기록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했고, 연말에는 기록을 함께 보며 잘한 사람에게 시상했다. 참여율이 올라갔고, 분위기는 더 즐거워졌다. 기록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을 처음 경험한 순간이었다.

암호화폐 자동매매 프로그램. 개발을 제대로 할 줄 모르던 시절,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며칠 밤을 새워 파이썬을 독학했고, 또 며칠 밤을 새워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몇 년간 버그를 고치고 구조를 개선하며 어느 정도 수익을 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해봤다. (수익률이 좋지 않아 지금은 중단했다.)

바디프로필. 건강과 멋진 몸을 위해 1~2년간 식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지속했고, 아내와 함께 바디프로필을 찍었다. 체중 약 10kg, 체지방 약 15%p를 감량했다.

영국 축구 스타트업. 축구가 너무 좋아서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영국의 축구 영상 분석 솔루션 스타트업에 입사했고, 잠시나마 꿈에 닿아 행복하게 일했다. 가족, 특히 아내의 영국 생활이 힘들어 그만두고 귀국했다.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었지만 가족을 위한 결정이었다.

아파트 투자. 부동산 투자 강의를 듣고 치열하게 임장을 다니며 아파트 단지와 동네를 분석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지역의 아파트를 매수하고 임대를 놓았다. 5년 넘게 아내와 함께 준비해온 공동 프로젝트의 결실이었다.

부부 재테크 시스템. 결혼 초부터 가계부를 꾸준히 쓰고, 한 달에 한 번 아내와 리뷰하며 지출을 통제했다. 모은 돈으로 투자하며 꾸준히 자산을 불려왔다. 결혼 초 순자산 -5,000만원에서 시작해 지금은 약 10억이 되었다.

그 고민들이 남긴 배움

기록하고, 시각화하고, 꾸준히 리뷰하는 행위에는 힘이 있다. 축구동호회에서는 모두가 볼 수 있는 기록과 연말 시상이 팀원들의 참여 동기를 만들었다. 부부 가계부에서는 꾸준한 기록과 월간 리뷰가 지출 통제와 자산 증식의 동기부여를 유지시켰다. 아쉬움도 같은 렌즈로 보였다. 엔지니어링 매니저를 맡았을 때 팀원과 팀의 퍼포먼스를 제대로 기록하고 리뷰하지 못한 것이 그렇다. 다음에 리더가 된다면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확신이 있을 때 사서, 흔들리지 않고 오래 보유한다. 부동산, 암호화폐, 자동매매를 거치며 얻은 투자 원칙이다. 단타보다, 치열하게 분석해서 확실한 자신감이 생겼을 때 매수하고, 어떤 악재나 시련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오랜 기간 보유하는 것이 투자 성공의 핵심이었다.

나는 삶을 데이터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전반적으로 돌아보니, 삶의 여러 방면을 데이터화하고 시각화해서 유용하게 쓰도록 돕는 일에 재주가 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으고,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것. 잘하면서 재미도 느끼는 분야다. 엔지니어링 매니저 시절, 남들이 불가능하다던 “팀 퍼포먼스의 객관적 측정”을 위해 데이터 수집을 고민하고 시도했던 기억이 있다. 실패했지만 그런 고민이 나에게는 재미있었고, 방법이 있을 거라고 지금도 믿는다.

발견한 패턴

측정하기 어려운 것도 데이터로 만들고, 그 데이터로 목표 달성과 동기부여를 만들어낸다.

돈(가계부 → 10억), 몸(바디프로필), 커리어(전직과 연봉 2배, 영국 취업), 공동체(동호회 참여율). 서로 달라 보이던 성취가 전부 같은 엔진, 즉 기록 → 시각화 → 리뷰의 다른 응용이었다.

이 방법의 효과는 이미 직접 목격했다.

대상 효과
축구동호회 팀원들 참여율 상승, 즐거운 분위기
우리 부부 자산 -5,000만원 → 약 10억
나 자신 바디프로필 완주, 커리어 전환 성공

그리고 다시 보니, 상반기에 벌였던 일들 — 독서를 기록하는 앱, 매월의 가족회의, 매일 쌓는 리서치 기록 — 도 전부 같은 엔진 위에 있었다. 나는 흔들리는 중에도 결국 같은 방식으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하반기의 나에게

지난 몇 년의 성취는 우연이 아니라 하나의 방법이 만든 결과였다. 그 방법에 이름이 생겼으니, 이제 의식적으로 쓸 수 있다.

하반기에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이 엔진을 다시 나 자신에게 걸어보려 한다. 가슴 뛰는 목표를 제대로 세우고, 기록하고, 시각화하고, 리뷰하며 다시 달려보는 것. 거창할 것 없이, 늘 해왔던 방식 그대로.

6개월 뒤 연말 회고에 어떤 문장이 적힐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그 회고가 지금보다 덜 흔들리는 사람의 기록이기를, 그리고 곧 네 식구가 될 우리 가족의 즐거운 이야기로 가득하기를 바란다. 이 글은 그 시작의 기록이다.